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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윤자매/육아일상

상상과 논리 사이

by 해이나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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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재잘재잘 하기를 좋아하는 둘째(소요미)였지만, 요즘들어 부쩍 말이 더 늘었다. 말수가 늘었다기보단 표현하는 수준이 올라갔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듯 하다.

 

 

에피소드 #1

[배경] 할머니 댁에 하요미, 소요미의 달팽이가 각각 다른 통에서 살고 있다. 둘이 동시에 알을 낳았는데 하요미 달팽이의 알은 크고 하얀 반면에 소요미 달팽이의 알은 까맣고 작다.

 

하요미: 왜 달팽이 알 색깔이 다른거야?

엄마: 청개구리도 있고, 황소개구리도 있고, 두꺼비도 있는 것처럼 달팽이 종류가 다른거 아냐?
하요미: 아니야. 똑같이 생겼어.

 

그 때 곰곰 생각하던 둘째 소요미가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소요미: 엄마, 내 달팽이는 사실은 민달팽이야. 원래는 등에 껍질이 없는데 이렇게 지나가다가 죽은 달팽이를 발견한거야. 저 달팽이는 이제 껍질이 필요 없겠구나. 내가 들어가야겠다, 하고 쏙 들어간거지! (눈도 반짝거림)

 

나는 이 의견이 넘나 신박해서 맞장구를 쳐 주기로 했다.

 

엄마: 그렇다면 하요미, 소요미 달팽이 중에 하나는 민달팽이 아가들이 나오겠구나!

소요미: 내 달팽이가 민달팽이야!

엄마: 근데 그러면... 아까 알이 엄청 많다고 그랬잖아? 한 50개는 된다고 그랬잖아? 민달팽이 아가들이 나오면 다들 집이 없어서 추워할텐데 엄마 집은 하나뿐이라서 다 들어갈 수 없고... 그럼 소요미가 달팽이 아가들한테 집을 다 찾아줘야 해서 힘들겠다. 그치이.

 

그랬더니 소요미는 걱정 없다는 듯 또 씨익 웃고는 말을 이어간다.

 

소요미: 아니야! 괜찮아! 두더지같이 땅을 파는 친구들이 집을 만들어 놓으면 다같이 들어가서 있으면 돼!

엄마: 아아... 그러면 소윤이 채집통에 두더지도 사는거야?

소요미: 응!

 

오 놀라워라 🤭


에피소드 #2

첫째는 앞에 혼자서 걷고, 둘째는 나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때였다.

 

소요미: 언니가 조금 이따가 콩쥐팥쥐 놀이를 했으면 좋겠어.

엄마: 그러게.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왠지 언니는 안한다고 할 것 같지?

 

소요미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

 

소요미: 엄마, 몸이 점점 커지면은 콩쥐팥쥐 놀이가 재미가 없어지나봐요.


나는 요즘 그녀의 상상과 논리 사이, 그 어딘가의 사랑스러움에 흠뻑 취해 있다. 힘에 부칠때도 많지만 그래도 좋으니까 너무 바쁘지 않게, 쉬어가며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얘들아, 오늘도 사랑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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