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눈이 많이 왔다. 하필이면 어제 아이들하고 치킨을 먹자고 했는데 눈 때문에 모든 업체 배달이 되지 않았다. 집에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해서 할 수 없이 동네 교촌치킨에서 순살 후라이드를 포장 주문했다. 엄마 혼자 빨리 뛰어갔다 온다고 하니까 굳이 같이 가겠다는 우리 아이들... 눈도 오고 날도 춥고 너희 옷도 다 챙겨 입어야 되고 (엄마 귀찮...) 등 모든 이유들이 통하지 않아서 모두 함께 나선 치킨 픽업길... 길도 미끄럽고 아이들은 장갑도 없는데 자꾸 눈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나는 더 예민해 지고 "안돼, 하지마, 거기 위험해, 미끄러워" 이런 말들만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가 미워졌다.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나 어렸을 땐 어땠지?
얘들아, 미안해. 엄마가 못난 어른이라서 그래.
"우리 치킨 좀 나중에 먹어도 되면, 장갑 사서 눈사람 만들고 갈까?"
예상했던 대로 "좋아!" 라는 대답을 받고 근처 다이소에 가서 따뜻해보이는 벙어리 장갑 3개를 샀다. 가격도 하나에 2,000원 밖에 안 한다. (다이소 만세!) 아이들과 함께 동네 공원으로 가서 치킨은 벤치에 놓아두고 눈사람 만들기를 시작했다. 내 인생에 치킨먹는 것을 뒤로 미루는 날도 있군.
며칠 전 눈 내리던 날은 엄청 추웠는데, 오늘은 다행히도 날이 따뜻해서 쌓인 눈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주먹만했던 작은 눈덩이가 커지니 신이 난 아이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눈밭을 뛰어다녔다. 공원에 우리밖에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다들 아이들과 눈 구경을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누군가를 만날 기회도 웃을 일들도 별로 없는 요즘, 공원에 삼삼오오 나온 사람들이 모두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하니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들만한 눈사람 완성... 그런데 이대로 집에 가는 건 왠지 서운하지 않니? 우리 눈사람 키를 키워주자!
엄마만한 3단 눈사람 완성!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눈사람 좀 만들고 왔다" 하지-_-v
어렸을 때는 토끼도 만들고 개도 만들고 이런 저런 동물 눈사람들을 만들곤 했는데, 그 기억으로 다시 만들어보려고 하니 잘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집에 와서 다같이 목욕하고 치킨 먹고 양치하고 나니 밤 11시 반... 그래, 가끔은 완전 늦게자는 날도 있는거지 뭐ㅋㅋㅋ (+꿀잠 예약)
재밌었지? 엄마는 너무 재밌었어. 다음주에도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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