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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윤자매/Dear.you

안도현, 스며드는 것

by 해이나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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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처음 읽고 마음이 먹먹해서 오래도록 머리속이 멍- 했다.

나는 간장게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동안 게장도 못 먹고.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무력함과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지막 문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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